만들 때는 사용자 경험UX, 팔 때는 고객 경험CX에 올인하라
UX: User eXperience, CX: Customer eXperience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4일 뉴욕 맨하탄 유니언 스퀘어에 위치한 베스트바이(미국의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 매장에서 ‘삼성체험매장Samsung Experience Shop’ 오픈 행사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미국 전역의 1,400여개 베스트바이 매장에 숍인숍 형태로 삼성체험매장을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체험매장을 방문하면 스마트폰, 태블릿, PC, 카메라 등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으며 삼성체험상담가(Samsung Experience Consultants)로부터 제품에 대한 설명과 사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뉴욕 맨하탄 유니언 스퀘어에 위치한 베스트바이 ‘삼성체험매장’ 보도자료).
삼성전자의 이런 행보는 경쟁자 애플의 히든카드 애플스토어Apple Store를 따라잡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보여준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애플스토어는 소매점 역사상 다시 없을 성과를 보여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애플의 파워는 브랜드, 디자인, 컨텐츠 플랫폼뿐 아니라 제품을 홍보하고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체험센터 애플스토어에서 나왔던 것이다.
뉴욕의 명물이 된, 맨해튼 5번가 애플스토어의 외관. 애플스토어의 상징은 투명한 유리와 애플 로고다.
애플스토어 대형 매장은 투명 유리계단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스티브 잡스는 긴자에 오픈한 애플스토어를 방문해서 유리 계단의 손잡이를 교체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애플스토어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겼다.
애플은 올해 1월 22일 미국 특허상표청에서 애플 스토어 매장 디자인과 내부 구성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이 특허에는 유리로 된 매장 외관, 내부 조명, 나무 재질의 제품 진열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2000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스토어를 구상했을 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2001년 1호점 개점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에 360개가 넘는 애플스토어가 있으며, 분기당 방문자 수는 8천 5백만 명이 넘어 디즈니랜드 방문자 수를 뛰어넘는다.
애플스토어의 2012년 매출액은 180억 달러로, 점포당 연간 평균 매출액이 5천만 달러에 가깝다. 좀더 자세한 수치를 들여다보면 더욱 놀랍다. 2011년과 비교했을 때 2012년 미국 소매업의 매출성장률이 2%에 머무른 것에 비해 애플스토어의 매출성장률은 무려 38%였다. 매장의 단위면적당 매출액 분야에서도 매출액이 높기로 유명한 티파니 매장을 2배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흔히 애플스토어가 성공한 이유로 멋진 디자인과 좋은 제품을 꼽는다. 하지만 10년이 넘게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연구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카민 갤로의 설명에 의하면 애플스토어의 성공은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물하는 뛰어난 고객서비스 전략 덕분이다. 애플스토어의 성공 비결을 파헤친 그의 저서 ≪애플스토어를 경험하라≫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무대 뒤 백스테이지에서 일어나는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컴퓨터 판매점 대신 포시즌즈 호텔을 벤치마킹하다
2000년 소매점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스티브 잡스는 타켓의 중역이었던 론 존슨을 사장으로 임명하고 “세계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어디인가”라고 물었다. 론 존슨은 당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컴퓨터 판매점들 대신 포시즌즈 호텔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렇다. 애플스토어는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아니라 고급 호텔처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영 체험장으로 기획되었던 것이다. 애플은 애플스토어 직원을 뽑을 때 기술적으로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을 선택한다. 또한 손님이 애플스토어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10초 이내에 3미터 이내에서 친절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매우 구체적인 서비스 지침을 철저히 지키도록 한다.
애플스토어에 근무하는 직원은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고객에게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으며 필요하지 않은 옵션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애플스토어 직원 매뉴얼은 판매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대화를 통해 고객도 느끼지 못하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며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순간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고객만족은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뿐 아니라 총체적 경험에서 나온다
과거의 맛집은 값싸고 푸짐하고 맛있으면 그만이었다. 지저분한 주방, 낡은 실내, 불친절한 서비스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가격으로 승부하는 곳도 있지만,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환경이 불결하고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좋은 식당이 될 수 없다. 고객이 받게 되는 느낌, 이른바 경험Experience이 중요한 것이다. 그것도 그냥 그런 경험이 아니라 짜릿한 감탄의 순간을 제공하는 경험이어야 한다.
애플스토어를 통해 스티브 잡스와 론 존슨이 보여준 성공 법칙은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작은 분식집에서 커피 체인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규모의 사업에도 적용된다. 스티브 잡스가 원했던 것은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기업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직원이 함께 할 수 있는 비전이 필요했고, 외부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고객(직원)을 만족시켜야 했다.
아쉬운 것은 애플의 철저한 비밀주의로 인해 애플스토어의 운영방식이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1년 6월과 2012년 8월 애플스토어 직원 매뉴얼이 일부 유출되자 매체들이 이를 크게 다룰 정도였다. 카민 갤로는 ≪애플스토어를 경험하라≫에서 이런 자료들과 여러 애플스토어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정보, 그리고 애플과 유사한 정책을 펼치는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를 더하여 고객서비스 마케팅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내놓는다. 소규모 자영업자, 사업가, 중간관리자, 영업담당자, 그리고 서비스와 제품을 파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귀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