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짜뉴스의 근원을 심층 분석한 내일신문 정재철 기자

정재철 기자는 30년 가까이 한국 언론 현장에서 활약해 온 베테랑 저널리스트다.

1996년 내일신문에 입사한 이후 정치, 경제, 외교, 기획 특집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며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특히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깊이 고민하며, 언론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정재철 기자가 언론인을 대상으로 가짜뉴스의 생산, 확산,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한 인식을 분석한 경희대 박사학위 논문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인 인식과 책임>을 최근 발표했다. 본지는 논문을 집필한 연구자를 만나 연구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들어보았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1988년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해 언론과 사회 현실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치열한 취재 태도를 유지하며 ‘까칠한 기자’라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이는 그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팩트체커들이 모이는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에 첫 회부터 3년 연속 참석하며 한국 사회에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런 경험을 담은 그의 팩트체크 관련 첫 저서 《팩트체킹》은 탈진실과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저널리즘의 역할을 다시금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손석희 전 JTBC 보도담당 사장과 퓰리처상 수상자인 빌 어데어 교수의 추천을 받을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에도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 참가는 물론 다양한 저술과 집필, 강연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에 총 7차례 참가했고, 이를 기반으로 《팩트체킹》외에도 《슬기로운 팩트체크》를 단독 저술했고, 《팩트체크 저널리즘》, 《시민을 위한 팩트체크 안내서》 등을 공동 집필했다.

그는 정치인의 발언과 공약 검증을 넘어, 언론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팩트체크가 단순한 사실 확인을 넘어 사회적 의제를 형성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오늘날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 팩트가 무너지고 거짓이 난무하는 시대, 정재철 기자는 저널리스트의 책임을 다하며 진실을 기록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 이번 연구를 통해 언론인들이 가짜뉴스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분석하셨는데, 주요 결과는 무엇인가요?

언론인들은 가짜뉴스와 오보를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오보는 주로 사실 확인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나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반면, 가짜뉴스는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생산되는 허위 정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특히 정치적 목적을 가진 가짜뉴스는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었습니다.

– 연구에서는 가짜뉴스의 주된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분석되었나요?

연구 결과, 언론인들은 가짜뉴스의 책임이 단순히 언론계 외부 요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언론 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관행에도 있다고 인식했습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2.1%(복수응답 허용)가 가짜뉴스의 생산과 확산의 책임이 ‘언론사 조직’에 있다고 답했고, 다음이 출입처·속보 경쟁 등 언론취재보도 관행(55.8%), 정치집단(48.1%), 언론인 개인(45.3%) 언론수용자(40.2%)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언론계 외부에 책임이 있다고 본 기자는 절반을 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언론인들은 가짜뉴스 확산의 책임을 기자 개인보다는 언론사 운영 방식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두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정치적 이념에 따라 가짜뉴스의 책임을 다르게 귀인하는 패턴도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수 성향의 언론인은 소셜미디어와 정부의 규제 부족을 주요 요인으로 지적한 반면, 진보 성향의 언론인은 언론사의 상업적 논리와 내부 검증 시스템 부재를 핵심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 연구에서 가짜뉴스 생산과 확산(유통)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으로 어떤 점이 지적되었나요?

크게 다섯 가지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첫째, 기자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 둘째, 단독경쟁, 온라인 속보대응 등 언론사 내부절차와 관행, 셋째 언론사 소유구조, 편집정책, 재정독립성 등 넷째, 정부, 광고주, 기타 정치경제적 이해당사자의 압력 다섯째, 진영논리와 이념과 같은 이데올로기입니다. 연구결과 언론인들은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으로 이데올로기와 언론계 관행을 지적했습니다.

– 연구 과정에서 인터뷰했던 언론인들이 가짜뉴스와 관련해 경험했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네, 한 정치부 기자는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가짜뉴스가 급속히 확산하는 것을 목격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그는 “한 번은 특정 정치인의 비리를 다룬 기사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어 SNS에서 빠르게 퍼졌습니다. 이를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정정 보도는 가짜뉴스만큼 확산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경제부 기자는 “기업의 악성루머가 언론 기사를 가장한 형태로 배포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팩트체크가 어려운 상황에서 언론사가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가짜뉴스가 언론인의 신뢰성과 역할에 큰 도전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그렇다면, 언론인들은 가짜뉴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대안을 제시했나요?

언론인들은 네 가지 주요 해결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언론 내부의 뉴스 품질 강화를 위해 팩트체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언론사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셋째, 독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높여 가짜뉴스를 비판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자율규제 시스템을 도입하되, 법적 규제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되었습니다.

이는 정부나 언론단체들의 주장과는 차이가 큰 대목입니다. 언론단체들은 주로 자율규제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정부나 공공기관 등에서는 강제규제나 법적처벌 등을 자주 거론하지만 정작 언론인들은 뉴스 품질을 한 차원 높여서 질이 낮은 가짜뉴스와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 마지막으로, 본 연구가 갖는 의미와 앞으로의 연구 과제는 무엇인가요?

이번 연구는 언론인들이 가짜뉴스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서도 밝혔듯이, 단순한 규제만으로는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향후 연구에서는 언론사 내부의 조직문화, 뉴스룸 관행, 그리고 독자들의 뉴스 소비 행태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가짜뉴스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언론의 신뢰 회복과 사회적 혼란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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