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나 기사 작성할 때 사소해 보이지만 은근히 글의 완성도를 갈라놓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나열되는 단어의 순서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늘 익숙한 순서를 떠올립니다.
예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금, 은, 동
– 남과 북
– 밥과 반찬
– 사과와 배
뒤집어 써도 틀린 건 아니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읽는 사람이 멈칫하게 됩니다. 대개 더 중요하거나 먼저 떠오르는 개념이 앞에 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건, 같은 성격의 말끼리 묶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기와 질투’는 자연스럽지만 ‘시기와 미움’이라고 하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되어버립니다. 이럴 땐 단순히 나열하지 말고 풀어서 쓰는 게 훨씬 깔끔합니다.
예시)
① 자식과 부모 사이에 세대 갈등이 심화되면서…
→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세대 갈등이 심화되면서…
읽히는 순서가 좀 더 자연스럽습니다.
② 그들은 이번 화재로 재산과 희망을 잃었다.
→ 재산뿐 아니라 삶에 대한 희망까지 잃었다.
→ 재산을 잃고, 희망도 함께 무너졌다.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을 나열하면 무게가 흐려지니 감정선을 살려주는 게 좋습니다.
③ 농민들은 도시나 만주, 일본 등으로 떠났다.
→ 농민들은 도시로 이주하거나 만주·일본 등 해외로 떠났다.
묶는 기준을 “국내/해외”로 정리해주는 게 훨씬 직관적입니다.
보도자료나 기사 문장은 한 번에 이해되고 감이 잡혀야 합니다. 나열의 순서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문장 흐름이 매끈해지고 독자가 멈추지 않고 읽을 수 있습니다.
순서가 자연스러운지, 성격이 맞는 말끼리 묶였는지, 나열보다 풀어 쓰는 게 나은지 세 가지만 체크해도 글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