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와 통화에서’는 왜 어색할까

기사를 쓰다 보면 문장이 얼핏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막상 소리 내 읽어 보면 어딘가 걸리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부사어가 명사를 꾸미는 오류입니다. “아무개와 통화에서 밝혔다” 같은 문장이 대표적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구조를 들여다보면 어색한 이유가 보입니다.

1. ‘학교에서’는 명사가 아닙니다

‘에, 에서, 로, 와, 보다’ 등이 붙은 말은 문장에서 대부분 부사어로 쓰입니다.

  • 학교에
  • 학교에서
  • 학교로
  • 학교와
  • 학교보다

이 말들은 동사나 형용사를 꾸밉니다. 그런데 기자 기사에서 종종 이 부사어가 명사를 직접 꾸미는 구조로 쓰입니다. 이때 문장이 어색해집니다.

2. “범죄와 전쟁을 선언했다”의 함정

“정부가 범죄와 전쟁을 선언했다.”

이 문장에서 ‘범죄와’는 문법적으로 ‘선언했다’를 꾸밉니다. 즉, 의미상으로는 “범죄와 함께 전쟁을 선언했다”처럼 읽힙니다. 글의 의도와 다릅니다.

의도에 맞게 쓰려면 이렇게 고쳐야 합니다.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범죄와의’처럼 조사 ‘의’를 붙여 명사구를 만들면, 비로소 ‘전쟁’을 제대로 꾸미게 됩니다.

3. “아무개와 통화에서”도 같은 문제입니다

“아무개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문장은 구조상 ‘아무개와’가 ‘통화에서’를 바로 수식하는 모양이 아닙니다. 어딘가 중간이 빠진 느낌을 줍니다.

자연스럽게 쓰려면 둘 중 하나입니다.

  • 아무개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 아무개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짧은 기사일수록 이런 미묘한 어색함이 눈에 띕니다. 특히 스트레이트 기사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4. 의미가 흐릿해지는 표현들, 이렇게 다듬어 보세요

문장은 길지 않아도, 구조가 틀어지면 뜻이 흐려집니다.
아래 예문은 실제 기사에서 자주 보이는 유형입니다.

① 환자 수가 전주보다 약 2배다.
→ 환자 수가 전주보다 2배 많다.

‘2배다’는 비교 기준이 빠져 어색합니다. ‘많다’를 써야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② 미국에서 신선란 수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 미국에서 신선란을 수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입이 가능하다’보다 ‘수입할 수 있다’가 더 구체적이고 능동적입니다.

③ 투명 행정을 기대한다.
→ 투명 행정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기대의 대상이 행위인지 상태인지 분명히 드러내는 편이 좋습니다.

④ 총 80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 총 8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계획’이라는 명사 덩어리 대신 문장형으로 풀면 훨씬 또렷해집니다.

⑤ 정시 모집에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 정시 모집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원’이라는 명사 대신 동사형을 쓰면 행위의 주체가 살아납니다.

⑥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 행위를 할 경우 강하게 처벌하기로 했다.

추상 명사를 줄이면 독자가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5. 기자에게 꼭 필요한 습관 하나

문장을 쓴 뒤 이렇게 한 번 점검해 보세요.

이 말은 동사를 꾸미고 있는가?
아니면 명사를 잘못 꾸미고 있는가?
‘의’를 붙이면 더 정확해지는가?
명사 덩어리를 동사형으로 바꾸면 더 또렷해지는가?

기사에서 문장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짧기만 하고 구조가 틀리면 독자는 금방 알아챕니다.

‘아무개와 통화에서’처럼 사소해 보이는 표현 하나가 기사 전체의 완성도를 좌우합니다.

결국 좋은 문장은 어렵지 않습니다. 조사를 정확히 쓰고, 명사를 줄이고, 동사를 살리는 것. 이 기본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기사는 훨씬 단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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