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언론사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검색 환경에서 얼마나 자주 인용되는지를 측정한 실험에서, 종합지보다 경제·정책 등 전문 분야 매체의 노출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AI가 직접 답변을 생성하는 ‘제로클릭’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언론계가 ‘AI 최적화 전략(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신문과방송> 11월호에서 김민기 슬리버 대표가 진행한 AI 가시성 평가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검색엔진 최적화(SEO)와 음성비서·챗봇 활용도를 높이는 답변엔진 최적화(AEO)에 이어, 생성형 AI가 언론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참고하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실험은 챗GPT를 통해 정치성향·연령·직군 등을 조합한 987명의 가상 이용자를 설정하고, ‘이재명 정부의 관세 협상 정책’과 관련해 이들이 궁금해할 질문 987개를 생성해 진행됐다. AI가 각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인용 링크’와 ‘더 보기 링크’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총 1,654개의 출처가 제시됐다.
경제지 약진… “AI가 주제 전문성 우선 판단”
‘인용 웹사이트’ 상위권에는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 경제지가 다수 포함됐다. 조선일보·동아일보·한겨레 등 종합지도 순위에 들었으나, 전문 매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더 보기 링크’에서도 한국경제,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김민기 대표는 AI가 질문을 ‘정치’보다 ‘관세 정책’이라는 경제 분야 이슈로 인식하면서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춘 매체를 우선적으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튜브는 분석 대상에서 강한 영향력을 드러냈으나, 방송사는 인용 빈도가 1%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성 낮은 종합지는 ‘GEO’에서 불리
김 대표는 종합일간지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기존 구조가 AI 기반 검색 환경에서는 강점이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데이터에서도 전문지가 종합지보다 AI에서 더 많은 인용을 받은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해석했다.
정부·공공기관 사이트도 높은 신뢰도와 정보성을 바탕으로 자주 인용됐다. 정책브리핑,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KDI, 국세청, 서울시, 법제처 등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국내 언론, 글로벌 AI 기업과 협력 구조 취약”
김 대표는 국내 언론이 글로벌 AI 기업과의 라이선스·데이터 제휴가 미흡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해외 유력 매체들이 이미 오픈AI·구글 등과 정식 계약을 통해 콘텐츠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언론의 기사 구조 역시 포털 노출 중심에 머물러 있어 AI가 선호하는 ‘주제 중심·문맥 중심·전문성 중심’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이 때문에 기사 품질과 무관하게 AI가 ‘가치 있는 정보원’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금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한국 언론 콘텐츠가 GEO 관점에서 해외 매체 대비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며 새로운 AI 검색 생태계에 맞춘 전략적 대응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