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하다’와 ‘심화되다’, 주어를 보면 답이 보인다

기사 문장에서 자주 헷갈리는 표현 중 하나가 ‘심화하다’와 ‘심화되다’입니다. 특히 ‘-화되다’는 잘못된 표현이고 ‘-화하다’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모든 ‘-화되다’를 틀린 표현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주어가 스스로 그 동작을 하는가입니다. 주어가 직접 행동하는 주체라면 ‘-화하다’를 쓸 수 있지만, 변화의 대상이라면 ‘-화되다’가 자연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조직이 강화됐다”, “후보가 단일화됐다”, “서비스가 차별화됐다”는 자연스러운 표현입니다. 이를 “조직이 강화했다”, “후보가 단일화했다”, “서비스가 차별화했다”로 바꾸면 어색합니다. 조직, 후보, 서비스가 스스로 동작했다기보다 어떤 과정이나 외부 요인에 의해 그런 상태가 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화하다’와 ‘-화되다’의 차이

‘-화하다’는 어떤 대상을 그렇게 만들거나 변화시키는 뜻으로 쓰입니다. 반면 ‘-화되다’는 어떤 대상이 그런 상태로 바뀐 결과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제도를 간소화했다”는 정부가 주체적으로 제도를 바꾼 것이므로 ‘간소화했다’가 맞습니다. 그러나 “제도가 간소화됐다”는 제도가 변화의 대상이므로 ‘간소화됐다’가 자연스럽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서비스를 차별화했다”는 기업이 서비스를 다르게 만든 것이고, “서비스가 차별화됐다”는 서비스가 다른 것과 구별되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기사에서 자주 틀리는 표현

기사에서는 ‘갈등’, ‘대립’, ‘불황’, ‘견제’, ‘위기’, ‘구도’처럼 스스로 행동하기 어려운 추상 명사가 주어로 자주 등장합니다. 이때는 대체로 ‘심화하다’보다 ‘심화되다’가 자연스럽습니다.

한미 관계에 대한 중국 견제도 심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 한미 관계에 대한 중국 견제도 심화될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견제’가 스스로 동작한다기보다 상황 속에서 정도가 커지는 것이므로 ‘심화될’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대결 구도가 강화하고 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결 구도’가 스스로 강화하는 것이 아니므로 “강화되고 있다”가 적절합니다.

예시)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했다 →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됐다
산업이 근대화하기 시작했다 → 산업이 근대화되기 시작했다
대결 구도가 강화하고 있다 →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 견제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견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다만 행위의 주체가 분명할 때는 ‘-화하다’를 써야 합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했다.
기업이 생산 공정을 자동화했다.
학교가 교육 과정을 다양화했다.

반대로 변화의 대상이 주어로 오면 ‘-화되다’를 씁니다.

규제가 완화됐다.
생산 공정이 자동화됐다.
교육 과정이 다양화됐다.

‘-화되다’는 무조건 피해야 할 표현이 아닙니다. 주어가 행위의 주체이면 ‘-화하다’를, 변화의 대상이면 ‘-화되다’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따라서 기사에서는 “갈등이 심화했다”보다 “갈등이 심화됐다”, “대결 구도가 강화하고 있다”보다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가 더 적절합니다. 작은 표현 차이지만 문장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